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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 지/ Journal/편애하기

야샤 하이페츠 (Jascha Heifetz, 1901~1987)

Jascha Heifetz (1901.2.2~1987.12.10, Violinist)



감히 단언컨대, 적어도 내 인생에선 더 이상 없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어릴때 바이올린을 했었기 떄문에, 80-90년대 당시 활동이 왕성하던 혹은 유명하던 온갖 전 세계 바이올리니스트 앨범은 닥치는대로 들었지만 하이페츠만큼의 흔들림없는 날 선 감동을 주는 바이올리니스트는 드물었다.


내가 좋아했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인 이자크 펄만은 하이페츠의 빠른 비브라토와 감각적인 포르타멘토에서 기인하는 그 마법적인 음색에 찬사를 보낸 바 있다고 한다.



음악 칼럼니스트 박제성은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그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의 가능성을 모든 방향에 있어서 극대화한 연주가였다. 19세기가 파가니니의 시대였다면 20세기는 하이페츠의 시대였다고 말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 기계적일 정도로 정확한 템포 조절, 한 음 한 음에 부여하는 긴장감, 머리카락을 곤두서게 할 정도의 카리스마를 통해 하이페츠는 바이올린 연주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더 나아가 그는 방대한 레파토리와 엄청난 레코딩, 독주와 협주, 실내악, 교육을 오가는 왕성한 음악 활동을 통해 20세기 바이올린계의 존경받는 거장으로서 권위와 명성을 얻었다.  


(어린나이에 데뷔함과 동시에 당대 최고라 불리우던 바이올리니스트들을 모두 한 방에 보내버렸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만...)




내게 하이페츠라는 이름을 알게 한, 세상에서 제일 슬픈 곡이라 불리우는 비탈리의 샤콘느의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겠다.

 

개인적인 감상을 풀자면, 하이페츠의 연주는 그 어떤 개인적인 감정도 이입하지 않는 듯 냉철하다. 하지만 절대 무미건조하지 않다.  바이올린 악기의 모든 음색을 최대한 뽑아내고 활용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면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오히려 감상의 여지를 더욱 많이 열어주는 편이라 생각한다. 


가끔 어떤 연주자들을 보면, 여기선 슬퍼해주세요 여기선 감정이 폭발하구요, 라고 청중에게 강요하는 듯한 템포나 기교로 연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혹자는 감성이 풍부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가끔은 그게 오히려 듣기 불편할 때가 있다... 는게 내 의견이자 취향이니까.




Master Class 영상을 봐도 그렇지만 그의 연주성향을 알 수 있다. 

(하이페츠의 마스터클라스라니... 부럽다 ㅠㅠ) 


특히 바흐의 파르티타 같은 레퍼토리는 칼 같은 템포감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역시 처음부터 그 부분을 지적하고, 활 주법을 바꾸는 것만으로 음색이 어떻게 달라지며, 어떻게 멜로디라인을 최대한 살려갈 수 있는지를 간단명료하게 보여준다.  


참가자들 실력도 범상치는 않지만 하나하나 꼼꼼하게 지적하며 대.충. 시범을 보이기만 하는데도... 으억 어딘가 확실히 달라도 한참 다르다.  참가자의 황홀해지는 표정을 보라.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영상을 듣고(?) 있는데도 하이페츠인지 참가자가 연주하는 건지 구분이 갈 정도니까.



아무튼 그는 오른쪽 어깨를 수술한 후유증으로 보잉에 무리가 있어 1972년 무대에서 은퇴했다 한다. 


그리고 현재 판매중인 대부분의 하이페츠의 연주음반들은 그 옛날 녹음판 혹은 실황판을 CD로 디지털 마스터링 한 게 많아서 마치를 LP를 직접 듣는 것 같은 과감한 노이즈 소리가 들리기도. 아마 하이페츠가 CD와 DVD 시절을 조금 더 일찍 맞이했더라면 카라얀만큼이나 대스타가 될 뿐 아니라, 클래식음반계의 기네스를 기록하고도 남을 명반이 수두룩 할텐데... 그저 안타까울따름. 



파가니니가 살아 있을때 지금과 같은 레코딩 기술이 있었더라면..을 더 안타까워 해야 하는게 더 맞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