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상/ Days/Essay
좋은 결과 있기를.
K_Min
2013. 8. 8. 17:10
압구정역 모 커피가게.
구석 어느 2인 테이블에 남녀가 앉아 대화를 나눈다.
1.
남자는 한껏 여자쪽을 향해 앞으로 테이블 위에 팔을 기대고 앉아있고
여자는 정면이 아닌 대각선을 방향으로 비스듬히 다리를 꼬고 앉아 의자 등받이 깊숙히 몸을 말아넣고
남자가 앞으로 다가와 앉을수록 점점 뒤로 물러나 앉는듯한 거리감각.
앉음새에서 느껴지는 이 관계는,
남자가 더 여자에게 빠져 있는 것 같았다.
2.
간간히 들리는 대화의 내용을 (남자 목소리가 워낙 커서) 본의아니게 엿듣자니
심심한 주제가 오고 간다.
최근에 남자가 골프연습장에 다니기 시작한 얘기,
학창시절 잘 나가던 친구들이 취업을 못 하거나 그저그런 직장에 다녀 안타깝다는 은근한 자기자랑과,
웃어줄 이유 한 톨도 없는 그런 무미건조한 얘기 하나하나에
여자가 까르르르 넘어간다.
물러나 앉은 듯한 그 거리감을 유지하려는 그 자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방청객급 리액션이 나노세컨 단위의 반응속도로 터져나온다.
이 관계에 더 빠져 있는 건 여자쪽인 것 같다.
3.
"자존심 상하게 절대 먼저 고백하거나 티 내지는 않겠지만 난 너한테 관심있어. 그러니 날 꼬셔주련?"
이라고 서로 다투듯 어필하는 중이구나.
좋은 결과 있기를.